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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재혼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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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 입니다)

“한번 실패 어때서?”…당당한 재혼 늘고있다
주위에 ‘쉬쉬’는 옛말…결혼정보회사 재혼팀은 문전성시

작년 4월, 2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한 이모(30ㆍ여ㆍ외국계 은행원)씨는 최근 역시 이혼남인 회사원 최모(34)씨와 열애(熱愛)에 빠졌다. 이씨는 이혼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 일곱번만에 최씨를 만났다. 최씨에게 이씨는 서른 두번째 소개받은 여성이었다.


이씨는 배우자의 조건으로 가족사항을 가장 먼저 꼽았다. 전 남편과 시댁 문제로 파경(破鏡)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최씨는 예쁘장한 외모를 따졌다. 두 사람 모두 마음에 꼭 맞는 상대자를 찾기 위해 까다롭게 고르고 골랐다고 한다.

만난 첫날 최씨는 이씨에게 사귀자고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사랑을 고백했고 요즘은 매일 만난다. 여느 사람들처럼 평일에는 주로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주말에는 영화를 보는 정도지만 애정 표현만은 스스럼없이 해 항상 손을 잡고 다닌다. 길에서 우연히 전 남편의 친구를 만났을 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씨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혼했다가 현재 교제하는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아 동료들로부터 “나는 한 번도 못한 결혼을 너는 두 번이나 하게 돼서 부럽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한다.

이들은 얼마 전 커플링을 맞췄다. 이씨는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나려고 헤어짐이 있었나 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과거’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얘기를 나누었다. 잠자리에 관해서도 서로의 타입(?)을 체크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씨는 “부끄러울 것도 숨겨야 할 것도 없다”면서 “서로에게 솔직하기 때문에 신뢰가 가고 더 재미있고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조만간 조촐한 1박2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 “아이 있다는 사실도 숨길 일 아니다”

10년간의 결혼을 청산하고 2년 전 이혼한 황모(32ㆍ여ㆍ피아노학원 강사)씨는 “굳이 재혼 상대가 아니더라도 외로울 때 전화하면 받아주고 함께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워 리메리카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속칭 ‘번개모임’에 자주 나간다. 지난 설 연휴 때에는 네번이나 번개모임에 참석했다. 2월 11일 서울 종로에서 가진 영화번개에는 황씨를 비롯해 8명이 모여 영화, 식사, 술, 포켓볼, 노래방 순서로 놀았고 13일에는 경기도 오이도에서 조개구이를 먹는 번개모임도 가졌다고 한다. 16일 1박2일 여행에는 초등학생인 두 딸을 데리고 참석했다. 그는 “이혼한 것과 아이가 있다는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숨길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없는 척하는 사람이야말로 결혼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비쳐진다”고 말했다. 책임감과 포용력이 강한 사람만 나타나면 언제든지 결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재혼(再婚)하려는 사람들은 밝고 당당하다. 재혼이라면 무조건 쉬쉬했던 과거 분위기와는 달리 요즘은 결혼식도 초혼(初婚)과 다름없이 성대하게 치른다. 각자 낳은 자식들에게 꽃다발을 들게 하고 축가를 부르게 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 친구, 직장 동료들까지 불러 공개적으로 축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재혼자가 늘어나면서 재혼에 대한 인식도 당사자 위주로 많이 달라졌다”며 “범죄도 아닌데 숨길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해 공개적으로 노력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말 한국여성개발원이 발표한 ‘재혼가족의 적응실태와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92년 이후 이혼과 함께 재혼 가정이 계속 늘고 있다. 2000년 기준 부부 중 한 사람 이상이 재혼인 경우가 전체 가정의 11.3%였다. 부부 여덟쌍 중 한 쌍이 재혼인 셈이다. 또 재혼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는 30·40대, 교제 기간은 6개월 이내가 가장 많았다. 재혼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남성 94.5%, 여성 78.5%가 친인척 이외의 사람들까지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 재혼 실패율 초혼보다 훨씬 높아

이들 업체에서는 재혼자들을 위해 인터넷 미팅이나 아이들까지 데리고 떠나는 1박2일의 주말여행 미팅 등을 마련해 회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전인선(45) 재혼 커플 매니저는 “요즘은 재혼에 관해 문의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조건들을 조목조목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마음에 들면 적극적으로 구애 작전을 펼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적인 이유로 재혼하고 싶다고 솔직히 밝히는 사람들도 간혹 있을 만큼 대범해졌다”고 덧붙였다. 이혼남 정모(34)씨는 “성적인 문제로 이혼하진 않았지만 부부간의 성도 어느 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잠자리 데이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혼이 당당해졌다고 쉬워진 것은 결코 아니다. 전문가들은 재혼 실패율을 초혼보다 훨씬 높은 60% 정도로 추정한다. 1년 전 이혼한 벤처사업가 김용준(42)씨는 “한 번 결혼을 해보았기 때문에 조건을 더 따지게 된다. 재혼이 초혼보다 더 힘들다. 재혼에 성공하는 것도 능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재혼을 꿈꾸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다고 말한다. 여전히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이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 부모와 다른 성(姓)을 가지고 평생을 살게 만드는 호주제가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들이 인터넷에 띄운 글을 검색하다 보면 ‘우리도 남들과 똑같이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가장 많다. 당당한 재혼이 당당한 행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도 이들을 위해 뭔가를 기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재혼 잘하기 위한 10계명

재혼은 초혼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 결혼알선업체 ㈜선우의 이웅진 대표가 ‘재혼 잘하는 법’ 10개항을 소개한다.

1. 전 배우자와의 관계를 확실히 청산하라.

2. 이혼 사유를 철저히 분석하고 극복하라.

3. 이혼 후 독신생활을 가급적 5년 이상을 넘기지 마라.

4. 이상형을 내세우거나 과거를 보상받고자 하는 보상심리는 버려라.

5. 재혼 희망 등 자신의 의사를 숨김없이 밝히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라.

6. 상대의 자녀를 받아들이고 내 자녀가 재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라.

7. 상대의 가정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라.

8.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충분한 대화를 하라.

9. 경제적인 기반은 확실하게, 금전관계를 명확하게 하라.

10. 가능하면 혼전(婚前) 동거기간을 가져보고 성적 문제는 없는지까지 체크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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