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uare

노블 대구본사 053-746-0114

연애 망상

게시판 상세보기
조회수 672
연애 망상


--------------------------------------------------------------------------------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더할 나위없이 기 쁜 일이다. 반대로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만큼 인생을 참혹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27살의 김다연 씨는 이성에 눈을 뜬 이래로 언제나 후자쪽이었다. 운명은 그녀를 가혹한 시련으로 몰고 갔다.

여학교 시절, 그녀는 공부도 잘했고 외모도 그다지 밉지 않아 약간의 자만심마저 갖고 있 었다. 옆집에 친하게 지내는 남자친구도 있었다. 내심 그녀는 그 남자친구가 자기를 이성으 로 좋아한다고 믿고 있었다. 다만 소년다운 수줍음 때문에 표현을 못하고 있다고 멋대로 단 정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도 그 친구를 첫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집으로 데려간 같은 반 여학생에게 남자친구가 반해 버리는 사건 이 일어났다. 친구는 아무리 봐도 자기보다 예쁘지도 않았고 공부도 못했다. 그렇지만 김다 연 씨의 첫사랑은 그녀에게 열중했고 그 일로 그녀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대학게 진학해서는 어쩌다 미팅을 하기도 했으나 한번도 애프터 신청을 받아 보지 못했다. 쓸쓸하고 재미 없는 대학 시절을 보내고 졸업 후 곧바로 취직을 했다. 공부는 잘했으므로 다른 친구들보다 취직은 빨랐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누구도 모르는 그녀만의 깊은 콤플렉스가 있었다. 어떤 남자에게도 관 심을 끌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모멸감과 소외감이었다. 물론 그녀에게 끌리는 남자가 있었 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 스스로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있었으므로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이슬람의 대한 시인이자 신비주의자인 루미는 신은 존재하는 모든 부분에 다른 반쪽을 찾 는 욕망을 심어 놓았다고 했다. 반쪽을 찾아서 하나로 완성되지 못하는 미완의 삶은 그녀에 게 남모르는 고통을 안겨 주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사내 커플이 유행이었다. 고졸의 어린 여사원들도 멋진 남자 사원들에게 데이 트 신청을 받곤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단지 유능한 직장 동료일 뿐이었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망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남자 사 원이 있으면 이내 그 역시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 그 남자에게 다 가가 은근히 미소를 지어 보이고 아주 친한 듯이 어깨에 손을 얹기도 해서 상대를 어리둥절 하게 만들었다.

망상은 점점 심해져서 마침내 사무실의 모든 남자들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는 지경으로까 지 발전했다. 다른 부서의 부장이 지나가다가 예뻐졌군하고 한마디 건네기라도 하면 곧 그 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고 그 길로 화장실로 가서 화장을 고치고 그에게 들려 줄 멋진 말 을 혼자 읊조리곤 했다. 어느 때는 그러느라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화장실에 머무른 적도 있 었다. 동료 사원들이 수군대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상한 짓을 되풀이했다.

어느 날 아침 그녀에게 별 관심 없던 사원들도 마침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녀는 마치 밤거리의 여인처럼 높이 올린 머리에 야한 화장, 야한 옷차 림을 하고 아주 선정적인 걸음으로 출근했다.

그네서야 일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느낀 동료 사원들은 그녀의 가족에게 연락을 했고 놀 라 달려온 언니가 정신과로 그녀를 데리고 왔다. 유능하고 지적이며 똑똑한 여성에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정신 치료를 하 면서 인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삶을 대하다 보면 이 세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경우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 중 일부는 김 씨처럼 자신의 삶에 부여되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아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면 망상을 진실 이라고 믿으며 쉽게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김 씨의 경우 치료 과정에서 여학교 시절 남자친구에게 받은 충격 외에 가족들에게 늘 소 외되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을 느끼며 성장한 사실이 밝혀졌다. 5남매의 막내인데다 어 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여성적이고 섬세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늘 아웃사이 더로 떠돈 것이다.

한번 망상에 사로잡힌 환자에게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인 설명은 통하지 않는다. 망상은 분 명 병적인 증상이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자신의 인격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보호색일 수도 있다. 정신과 치료가 어려운 점도 바로 그 때문이다.

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김 씨처럼 남자들이 자기를 몹시 사랑한다고 믿는 망상을 연애망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김 씨는 연애망상이라는 보호색 속으로 자신을 숨긴 것이 다. 그녀처럼 사랑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소외와 고독이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망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 여학생들중에는 자신이 좋아하고 동경하는 유명한 가수나 탤런 트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을 드 클레람볼트(De Clerambault)증후 군이라고 한다. 연예인 외에도 이름난 작가나 정치가들을 상대로 그런 망상에 빠지는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나 죽은 사람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환상사랑 증후군도 있 다. 어느 경우나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범인인 셈 이다.

인간관계에서 소외의 문제는 영원한 테마의 하나이다. 상대에게 소외당하고 무가치한 존재 로 전락했다고 느낄 때 고통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그 고통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보호색 속으로 숨어서 더 큰 고통 속에 사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 뿐이다.

이전 다음 글보기
이전글 연애와 결혼에 관한 명언모음
다음글 접근 방법과 성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