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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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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와 과부간의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으로 표현한 끌로드 르로슈(Claude Lelouch) 감독의 남과 여에 나오는 노래가사 중에 우리 속의 행복이냐 진흙탕 속의 자유냐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한 평생을 같이 살아갈 반려자를 선택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렵고도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사랑-결혼-갈등-파경직전-재결합이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신세대 감각으로 표현하여 흥행에 성공을 거둔 우리 영화 결혼이야기에서도 서로 다른 성격,성장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혼(結婚)은 사랑의 종착역이니, 조물주의 섭리니, 몇 백 생에 걸친 인연의 산물이니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만, 우리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결혼을 특정목적을 위해 남녀간에 이루어지는 하나의 계약으로 보고자 합니다. 실제로 결혼의 사전적 정의도 이와 유사한데, 웹스터(Webster) 사전에는 남녀가 가정을 만들고 유지해나가기 위하여 결합하는 사회적, 법률적인 제도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결혼을 하나의 계약이라고 본다면 거기에는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계약조건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조건은 사회적인 관습을 묵시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고 이를 위반한다고 해서 법률적인 제재가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 전에 이에 대한 의사소통이나 협의가 충분치 않았을 경우 결혼 후에 심각한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예전에 날 꼬일 때는 결혼만 해주면 술도 안 먹고 매일 일찍 들어와서 집안일도 도와주겠다고 하더니 ...." 하며 몇 달 되지 않아 드러난 남편의 본색을 한탄하는 주부의 푸념은 그래도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만, 시부모의 봉양(奉養)이나 여성의 직장문제 등에 이견이 생길 경우 문제는 간단치 않습니다.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하는 것일까요? 결혼을 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길래 짝 구하기가 힘든 농촌 총각들은 중국에까지 가서 신부를 데려오는 것일까요? "거 알만한 사람이 별 소리를 다하는구만, 자기도 결혼했으면 잘 알텐데 ..." 그렇습니다. 결혼을 하면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이 있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결혼의 편익과 비용을 같이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결혼의 편익(便益) 중에서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혼자서는 제 아무리 노력을 하고 시간을 들여도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대를 이을 자식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이나 대인관계에 있어서 독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약이 되는 때가 많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독신인 사람이 대통령후보로 나올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정상적인 가정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대통령의 꿈을 꾸기가 곤란합니다. 또 우주비행사가 될 수도 없습니다.

이런 거창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독신으로 지내는 사람을 보면 뭔가 사연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더군요. 그 밖에 정신적인 안정이나 소속감을 결혼의 편익으로 꼽는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사람에 따라서는 비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시키지는 않겠습니다.

둘째로, 결혼을 하게 되면 의식주에 투입되는 자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가정살림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의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 생산의 규모가 늘어날수록 단위당 원가가 감소하는 현상 - 입니다. 가정에 필요한 재화를 가족이 공동으로 생산하면 혼자 각각 생산하는 것보다 비용이 절약된다는 것입니다. 2인용 밥솥에 밥을 한번 하는 것과 1인용 밥솥에 밥을 두 번하는 경우의 비용의 차이를 생각해 보십시오. 혼자 살 때 하루에 한번 돌리던 세탁기도 부부가 같이 쓰면서부터 사흘에 두 번으로 충분하다면 역시 비용의 절약이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른 하나의 측면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재화의 상당부분이 가족에게는 공공재(public good)가 된다는 점입니다. 즉, 가정에서 쓰는 재화 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사용하더라도 더 붐비거나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 것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TV, 전등, 냉난방 등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것입니다. 이처럼 결혼을 하게 되면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전체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하숙을 하거나 아니면 식당 밥으로 매끼를 해결하고 있는 총각 직장인 중에는 아내가 해주는 따뜻한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서라도 하루 빨리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런 총각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종전에는 시장의 상품(식당 밥)을 소비하던 것이 이제는 가정에서 직접 생산하는 재화를 소비하는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개인적으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혜택을 보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생산을 그만큼 위축시켰다는 점에서는 국민총생산(GNP)에 대한 기여도가 종전보다 줄어든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가사노동의 가치는 GNP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독신자들이 많을수록 GNP도 올라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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