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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혼수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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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에 혼사 이야기가 오가고 신랑측의 청혼과 신부측의 허혼이 결정되면, 점점 무르익어가는 혼사에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신부는 어머니와 함께 시부모님이 옷을 해 입으실 비단을 준비한다. 정성껏 준비한 고운 비단과 시가의 다른 친지들께 드릴 버선 몇 벌을 싼 예단보가 방 한구석에 곱게 놓일 때, 신부는 비로소 흐뭇한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행복한 꿈에 잠긴다. 예단이란 본래 이렇게 간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 한국의 신부들이 결혼 준비에서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예단이다. 새로운 혼례문화 창출에 힘쓰고 있는 혼례원의 이상우 대표는 예단의 의미가 변질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우리에겐 고대 삼국시대부터 아끼던 물품을 교환하며 혼인을 약속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계속 유지되어 왔지만, 조선 중기부터 유교의 성행으로 여성의 지위가 이전에 비해 급격히 낮아지고 전통적 신분제도가 붕괴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인을 통한 신분상승을 노린 신부유층이 신분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사치스러운 예물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예단이 점점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불급한 딸을 데려가 주셔서 감사하다는 저자세에서 예단이 늘어나고, 신분차이를 돈으로 메우느라 예단이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커진 셈이라는 것.



예단 트렌드 파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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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야 어찌되었든 지금에 와서 옛 전통을 따른다고 시부모님께 비단 몇 필만 보낼 수 있는 배짱을 가진 신부는 많지 않다. 그만큼 풍습이란 게 무섭기 때문일 것이다. 웨딩 컨설팅 회사 웨딩리츠의 엄상윤 팀장이 말하는 현대의 예단 트렌드는 확실히 실용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요즘에는 전통적인 예단 품목이었던 반상기, 은수저, 보료 등은 하지 않고, 보다 젊어진 시어머니들의 취향에 맞추어 평소에 쓸 수 있는 물품들로 바뀌고 있다는 것. 시어머니들은 주로 명품 가방이나 양장, 액세서리, 골프 상품권이나 계절에 따라 모피 또는 백화점 상품권 등을 선호한다. 시아버지에게는 신랑에게 하는 그대로 양복 세트에 넥타이, 넥타이 핀, 커프스 단추, 지갑 등을 드리는 경우가 많다. 한편 라스포사가 올해 초 럭셔리 시어머니 2백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받고 싶은 예단 품목 1위가 헬스 연회원권, 2위가 골프채, 3위가 유명 디자이너의 양장 또는 한복, 4위가 해외여행권, 모피, 보석류로 나타났다. 예단을 준비하는 데에 드는 돈은 평균 7백만원 선(웨딩 리츠 자료). 시댁 측에선 이 중 30%~50%를 답례로 돌려주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한편 청담권 및 상류층에서는 예단 비용이 평균이 1천5백만원에서 2천만원 정도가 되기도 하며, 일반 대중 사이에서는 대개 5백만원대의 예단이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므로 예단을 얼마 정도 해야 한다는 기준은 거의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요즘은 신부측과 시댁 양측의 편의를 위해 예단을 그냥 현금으로 준비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지만, 이 경우 너무 예의 없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물 예단이 함께 가게 된다. 보통 현금 대 현물의 비율은 7:3이나 8:2이다. 현금을 보내면서 또 현물을 보내기 때문에 이중부담이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신부들의 예단 준비를 많이 도와온 한복나라 이현숙 이사가 제시하는 가장 간편하고 현명한 방법은 시어머니께 드릴 고급 핸드백 안에 현금 예단을 넣어 보내는 것. 이 경우 반드시 새 지폐의 현금을 깨끗한 한지로 곱게 싸고 다시 예단 보자기에 싼 후 핸드백에 넣어 드리는 것이 좋다. 대신 현금 예단은 편리한 만큼 의미부여가 될 물건이 없는 관계로 차후에 허전한 느낌만 남을 수 있어 잘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현금 예단을 받은 시어머니들은 나중에 며느리가 주었다는 기념이 될 만하게 남는 것이 없어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단을 보내는 범위는 신랑의 직계가족과 사촌까지 챙기는 것이 아직은 대세이지만 점차 직계가족까지만 주는 것으로 기우는 추세이다.




중요한 것은 양가의 합의와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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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트렌드가 아니라 양쪽 집안의 합의와 만족이다. 어차피 예단이 실용적인 선물로 바뀐 이상, 예단을 보내기 전에 반드시 시부모님과 상의해 품목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풍에 따라서는 풍성한 예물이 오가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고, 번잡하게 형식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아예 예단을 생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예단의 실용성을 중시하는 세태라 해도 남편이 장남일 경우, 혹은 먼저 결혼한 형제가 없을 경우시댁에서 형식적인 예단을 원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괜한 지레짐작으로 실수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남편의 형제들이 결혼했을 때는 어느 정도의 예단이 왔었는지를 참고해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다면 며느리들 간의 예단 비교로 불화가 생기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예단이란 물론 진심어린 정성이 깃든 것이겠지만, 예단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시댁측의 기대가 너무 클 경우이다. 확실한 것은 현재의 예단 풍습은 사실상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것. 그러므로 해결의 실마리는 시댁측이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부끄럽지 않게 많이 받겠다는 생각을 시댁측이 버리면 쉬워지는 것이다. 혼례원 이상수 대표는 “예단의 본래 의미를 바로 알고 ‘돈’이 아니라 ‘사람’을 맞는 시댁측의 건전한 철학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결국 결혼이란 두 사람이 힘을 합쳐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면 복잡한 예단 문제도 그리 어렵지 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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