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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계절] 축의금, 얼마 넣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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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적령기를 넘긴 딸 셋, 아들 하나를 둔 이순복(66.여.대구시 북구 복현동) 씨는 부조금 생각만 하면 부아가 치민다. 한 동네에서 30년이상 살다보니 그간 이웃들의 대소사는 모두 챙겼다. 뿐인가. 친척, 남편 직장동료 등 결혼식 때마다 3만~5만 원씩 부조를 했지만 자식 넷이 모두 미혼이다보니 아직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 이 씨는 “남들 좋은 일 구경만 하다 부조금으로 수천만 원을 날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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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오(59.대구도시개발공사 전무이사) 씨는 이번 주 7장의 청첩장을 받았지만 무덤덤하다. 3월부터 5월까지는 매주 5∼10장의 청첩장을 받기 때문. 임 전무는 청첩장을 받는 순간부터 고민에 빠진다. ‘그래도 친한 동료였는데 갈까 말까?’ 하지만 이내 또 금액이 걱정이다. 월 부조금액으로만 60만∼70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3만 원, 5만 원, 10만 원 사이에서 갈등도 한다. 아직 두 딸의 결혼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인들의 경조사를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입장. 그는 “가까운 친.인척이 아니면 부조금만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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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다음달까지 매월 평균 2,3건씩 결혼식 부조금을 전달하고 있는 이상민(30.동아백화점) 씨는 주변의 결혼 소식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매월 15만 원정도 부조금으로 지출되니 적잖이 부담이 되는 것. 이번 주에도 회사 동료 결혼식이 있는 경북 예천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날 생각에 머리가 지끈하다. 그는 "다음달까지는 결혼식 때문에 주말을 포기했다"며 "나중에 받을 적금으로 생각하고 해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혼의 계절. 곳곳에서 날아드는 청첩장이 가히 반갑지만은 않다. 축하도 축하지만 참석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부조금은 얼마를 내야 할 지 머리를 굴려야 하기 때문. 자칫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부조문화다.





◆3만원인가, 5만원인가


만원짜리 석 장이면 충분할 때가 있었다. 약 15년 전부터 자연스레 형성된 석 장은 축의금의 원칙으로 통했다. 3만 원의 장기집권이었다. 하지만 이젠 바뀌고 있다. 조금 부족한 지 다섯 장이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지난 1월 결혼한 이인호(33)씨는 “축의금을 개봉했더니 봉투의 70~80%가 5만 원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 직장인 3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축의금 평균이 ‘4만7천 원’으로 나타났다.


안동대 조정현 민속학 강사는 “부조 액수는 어느 순간부터 인간관계의 밀접함을 나타내는 잣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좀 친분이 있다 싶으면 쉽게 3만 원을 낼 수 있을까. 3만 원은 이제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금액으로 전락하고 있다.





◆왜 홀수일까?


축의금이 3만, 5만 원 등 홀수로 나가는 데는 우리 민족 고유의 기질 때문이다. 홀수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겐 성수(聖數)로 통했다. 특히 ‘3’은 더욱 그러하다. 조 강사는 “천.지.인이라는 합일 사상이나 풍습에서 삼신을 모시는 경우, 3년상(喪) 등 우리 민속에는 유독 3과 결부된 풍습이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3만 원은 오랫동안 축의금의 원칙으로 보편화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축의금에서 4만 원이 실종된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죽을 사(死)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 축하할 자리에 불길한 숫자가 포함된 축의금을 내기는 만무한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 민족이 무조건 짝수를 배척한 것은 아니다. 단지 짝수보다 홀수를 선호할 뿐이다. 조 강사는 “예로 10이나 12는 완결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홀수 못지않게 선호되는 숫자”라고 말했다. 축의금으로 10만 원이 등장한 것도 이런 연유로 풀이된다.





◆"받지 않으면 속시원해요"


지난해 필리핀 바기오 시로 실버이민을 떠난 정원영(62.육군 중령 전역) 씨 부부는 출국 전 자녀 결혼식때 아예 부조금을 받지 않았다. 그동안 조금씩 부조를 하긴 했지만 해외로 떠나는데 부조금을 받으면 모두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손해를 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대구 엑스코(EXCO) 웨딩홀에서 딸 결혼식을 치른 권한승(62.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씨도 부조금 문제를 아예 딸과 사위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지인들에게는 청첩장을 돌리지도 않았다. 대신 부조금을 안 받아도 좋으니 결혼 비용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고 자식들에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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